함피 전역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데 특히 헤마쿠타(Hemakuta) 언덕에 있는
폐허가 된 사원터 남쪽으로 향하면 높이가 6.7m에 달하는 거대한 나라심하 조각상을 만날 수 있다.
나라심하는 비슈누(Visnu)의 반인(伴人) 반사자(半獅子) 아바타(avatar, 化神)이다.
이름 자체가 사람을 뜻하는 ‘나라(nara)’와 사자를 의미하는 ‘심하(simha)’가 합쳐진 말이다.
인간의 몸통에 사자의 얼굴과 발톱을 한 채 요가 가부좌 자세로 앉아있고 머리 위에는
우주의 뱀(Ādiśesa)이 그를 보좌하고 있다. 본래 배우자인 여신 락슈미(Laksmī)가 무릎 위에
앉아있는 모습으로 조각되었지만, 1565년 무굴족 침략시에 심각하게 손상되어 이 부분은
카말라푸라 고고학 박물관으로 옮겨져 전시되고 있다. 하나의 화강암 덩어리로 조각했으며 눈을
상당히 크고 동그랗게 묘사하여 마치 부풀어 오른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악한 아수라에
느끼는 분노를 미학적으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성난(Ugra) 나라심하’라고도 한다.
나라심하의 신화는 대지여신을 납치한 아수라 히란약사(Hiranyāksa)가 비슈누에게 살해당한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히란약사의 쌍둥이 동생 히란야카시푸(Hiranyakaśipu)는 형의 원수를 갚고자 엄청난 고행(苦行, tapas)을 거듭한다.
고행의 열기로 세상이 불타오르기 시작하자 창조주 브라흐마(Brahmā)는 세계를 구하고 고행자의 노력에
보상을 주기 위해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히란야카시푸가 브라흐마에게
요청한 소원은 “신, 인간, 짐승은 자신을 죽일 수 없으며, 낮이나 밤, 내부나 외부,
땅과 허공에서도 죽지 않고, 심지어 생물과 무생물에게도 죽임을 당할 수 없게 해달라”고
하는 까다로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