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들의 청을 거절하고 기녀와의 약속을 지키다.
부처님 당시 사회는 철저한 계급질서인 카스트(Caste), 인도말로 와르나(Varna)제도가 확립된 시기이다. 사제계급인 바라문, 왕족인 끄샤뜨리야, 상공업이나 생산업에 종사했던 평민계급 와이샤, 그리고 노예계급인 수드라의 4계급으로 사람들을 구분하는 계급제도가 사회시스템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것을 달리 사성계급 (四姓階級)제도라고도 한다. 그런데 노예계급 보다 못한 불가촉천민도 있었는데, 이들은 계급질서 안에 편입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이들 계급제도는 창조신화와 결부되어 있었다. 즉 사성계급은 신이 창조한 존재이지만, 불가촉천민은 그렇지 못했다. 그러니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한 존재들이었다.
부처님은 이러한 사회계급제도를 근본부터 부정하였다. 계급제도라는 것 자체가 인간들이 만든 사회시스템에 불과할 뿐, 본질적으로 인간을 계급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셨다. 『숫따니빠따』에 수록된 「와셋타의 경(Vasettha-sutta)」에서 이와 관련된 자세한 가르침이 전한다. 철저한 계급사회에서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금기시하는 것을 비판하다가는 엄청난 비난에 직면하게 되는데, 하물며 고대사회에서 사회의 근본 시스템에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