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AI시대의 화두는 진리 여부의 문제, 즉 참과 거짓의 문제다.
이는 곧 챗GPT 등과 같은 Open AI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가에 관한 질문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AI가 진리의 판결 기준, 즉 참과 거짓의 기준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이다.
전통적으로 철학에는 진리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 가에 따라 대응론(Correspondence Theory)과 정합론(Coherence Theory)이라는 진리에 관한 대표적인 두 이론이 있다.
먼저, 대응론은 진리 여부의 기준을 경험에 두는 이론이다. 그래서 어떤 내용이나 진술의 진리 여부는 그 내용이 전해 주는 실제 사실과의 일치이다.
가령 인터넷에 등장하는 스캔들 기사를 생각해 보자. “스포츠 스타 A씨와 인기 여가수 B씨가 프랑스 파리의 모 카페에서 데이트!” 이 기사가 참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실제로 프랑스
파리의 모 카페에서 데이트했는지를 직접 확인하면 된다. 하지만 실제 경험을 통해 사태의 진리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것들도 많다. 예를 들어 1 + 2 = 3이라는 수학적 진리는 경험으로 확인하여 진리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또한 물 1리터와 기름 2리터를 섞었는데, 정확히 3리터가 측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1 + 2 = 3이라는
수학적 진리가 거짓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다음으로, 정합론은 진리의 판단 기준으로 기존의 신념이나 지식 체계에
두는 이론이다. 정합적이란 말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신념이나 지식 체계에 잘 들어맞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냥, 과학적 상식 정도에 일치하는가를 따지면 된다.
그래서 정합론에서는 어떤 내용이나 진술이 기존의 신념이나 체계들과 모순 없이 잘 어울리는가로 진리 여부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친구가 직접 목격한 황당한 내용의 이야기가 우리의 상식에 어긋나면 정합론의 기준에서는 거짓이다.
하지만 대응론의 기준에서는 진리이다. 왜냐하면 친구가 직접 목격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철학에서는 참, 거짓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서의 대응론과 정합론이라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다.
초거대 AI시대인 현대 사회에서는 더 이상 인간의 이성적 판단으로 혹은 철학적 진리론으로
어떤 문제의 참, 거짓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진리의 판단 기준을
AI의 판단에 두는 AI 진리론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이미 IT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들은 모든
질문에 관한 답을 정보의 원천인 인터넷에서 찾고 있었다. 사실, AI도 이 IT산업의 기반에서 기존의 정보들을
융합하여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고 또한 재생산하는 능력이다. 더 나아가 초거대 AI는 사람이 하는 질문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여 답변한다. 그리고 가히, 그 답변의 정확성이 미국 로스쿨에 합격할 정도의 수준이라고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초거대 AI의 발전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조만간 인간의 고유한 영역인
창의력과 감성적 능력까지도 갖출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AI가 스스로 생각하며 의식을 갖는 단계에 도달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인간이 AI에 의존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AI가 지금껏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스승으로 인정받는 날이 곧 도래할 것이다. 하지만 “좋은 스승은 훌륭한 제자가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사실 인간이 만든 AI를 인간의 스승으로, 그리고 인간을 AI의 제자로 표현하는 행위가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하냐고 자문하고도 싶다. 그래서 AI가 편향성으로 거짓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인간의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AI와 같은 첨단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발생할 ‘잠재적 해악’을 예방할 적극적인
대비가 바로 AI를 인간의 참된 조력자로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